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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view

내일 지구인이 모두 멸종하더라도 SNS는 해야지

생름 2021. 12. 21. 01:25

돈룩업을 보았다. 인터넷으로 쇼핑을 많이하는 막내고모는 여러 이벤트에 응모할 기회도 많으신 것 같다. 각종 영화나 전시회 티켓에 잘 당첨되시는데 바깥 외출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 일년에 어김없이 두세번씩 당첨된 것들은 늘 나에게 넘겨주신다. 어쩌면 나를 위해 응모하시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횟수다. 이번 영화 돈룩업도 그렇게 내가 가게 되었다.
무료로 가게 되는 행사들은 보통 특징이 있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과 만족도를 얻게 될지 알 수 없다. 딱히 내가 꼼꼼하게 따지고 찾아보는 성격도 아니다. 그저 아는 사람과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기엔 적당하겠지, 특히 전시나 영화관람은 기분전환을 위해 내가 종종 하는 활동들이니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녀오곤 한다.
돈룩업은 정말 금시초문이라 조금 찾아봤는데, 일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플란쳇... 티모시 샬라메, 옷잘입고 엉성한 모습마저 테가 나는 그 티모시가 나온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돈을 대고 스토리를 촘촘히 짜서 인상깊었던 빅쇼트의 감독이 지휘했단다.

영화 포스터도 유명한 배우들 얼굴을 그래픽 자 사이로 죽 나열한 디자인이다.


내가 아는 인지도 높은 이름, 그것도 호감도가 극상인 배우들이 한두명이 아니라 예닐곱은 나온다. 정말 초호화 캐스팅이다. 영화 포스터도 유명한 배우들 얼굴이 그래픽 글자 사이로 죽 나열한 디자인이다. 이쯤되면 캐스팅으로 밀고가는 영화일까? 아무렴 상관없다. 티모시를 듄에 이어 한달도 안돼 새 영화에서 또 볼 수 있으니까.

우주 재앙에 대처하는 미국의 상황, 정치, 자본주의와 매스미디어를 잘 꼬집는 영화다. 장면들 중 여론이 밈이 되어 현실적이고 정신없는 콜라주로 지나갈 때가 있는데, 기이한 모습이 사실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서 계속 웃음이 났다. 메릴스트립이 연기한 대통령은 지지도만 좇거나 바보같은 소리만 하는 아들을 비서실장으로 앉히는데, 현실과 다르지 않은 듯해서 우울해질 때도 있었다. 좀더 예전이라면 그저 극적인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런 대화를 대통령 집무실에서 할 리가 없어!'하고 생각했겠지. 지구로 충돌해오는 혜성을 밝은 소식으로 전달하라는 연예뉴스 프로나, 아무리 당황해도 카메라 앞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말을 해야한다고 말하며 미디어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소위 PR 전문가들, 애플과 테슬라가 혼합된 것 같은 인공지능-우주선 기업 bash, SNS(meTube)에서 릴레이챌린지를 하거나 밈이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 과정, 그 와중에 세뇌와 선동에 이끌려 동참하는 사람들을 보며 인스타그램 스크롤을 매분매초 해대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하나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건 6개월 뒤 세상이 망한다는 플롯설정 하나정도..

모자와 미국국기만으로 연상되는 클리셰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종말을 앞두고 있을 법한 상황들을 빽빽하게 묘사한 결말부다. 누구나 할법한 상상 중 빠진게 없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 떠나서 또 다른 위협에 노출된다거나, 지구가 망한 뒤의 상황도 블랙위트가 가득하다. 진정성이 없는 현실을 꼬집는 진정성있는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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